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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늘 페북에 육년전 오늘 마당 한켠에 널어놓은 김장고추 사진과 내 마음 몇 글자가 장마비 타고 온 겐지 그때와 계절이 다른 것인지 올해 고추밭은 아직 푸르름이 한창인데 빠름만 가속 더하는 세월 속도에 동화되어 버린 것인지 육년전 오늘보다 현실은 천천히 오가는 걸 알다가도 모를 그때 당신 마음처럼 익숙했던 것들도 서먹한 것으로 쌓여만 가고 사실이 기억이 될 그때가 되면 빠른 것인지 늦은 것인지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가물가물 해질까 봐 육년전 페북 옆에 나란히 붙여 놓는다 오늘을 육년후 생각으로

2024.07.10

눈 깜짝할 하루

눈 깜짝할 하루  된더위로 지쳐가는 여름날타는 목마름이내 젖은 셔츠익어버린 얼굴까지 태워버릴 태양 텅 빈 무논왔다 갔다 이양기 소리차곡차곡 줄 맞춰 심기는 어린 모끝이 없을 것 같은 유월 모내기하는 날 서산 하늘진 붉게 번지기 수묵화불꽃축제처럼 화려한 저녁노을성과금 받는 듯 묘한 노동의 뿌듯함 찬물 샤워 후해거름 마지막 연극처럼평상에서 건배하는 막걸리 한 사발길고 긴 오늘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2024.06.18

기회

기회 기회가 앞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뒤뜰에 나가서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지는 않았는지 라고, 말 하는데 눈에 좋아 보이는 것에 귀에 촉촉이 젖어 드는 말에 너의 작은 경험과 지식으로 너의 선택이라고 말 하지만 매번 후회를 거듭하면서도 투기인 줄도 모르고 투자라고 삼십여 년 우긴 것도 귀에 혹한 말 한마디에 눈앞 일에 취해서 욕심 많은 너 탓이라지만 세상은 나의 슬픔에도 아픔에도 일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도 경험했기에 남몰래 로또복권 한 장에도 행복할 수 있었다고 다만, 내가 가진 패가 네잎클로버 비슷한 그 무엇도 앞문과 뒤뜰도 없는 단칸방이었다고 기회도 선택도 사치이었기에 문 두드리던 찾아온 당신을 맞아들일 수 없어서 상처만 남은 그리움으로 오늘에야 당신에게 가슴 저민 내 노래를 지어 보냅니다.

2024.06.03

오월 하순에

오월 하순에 시작은 아득하니 멀어지고 채워 가야할 끝날이 가까와지면 설렘도 쑥스럼도 부끄러움도 지난 봄 담벼락에 옮겨 심었던 가시나무에는 오월이 장미꽃이 불콰하게 피워 냅니다. 노동이 노래가 되고 사랑과 헌신이 진한 그리움으로 남겨진 오월이 달콤한 추억으로 아련한 기억으로 하루하루 분주했던 몸 그리고 마음에 진붉게 맺혔던 응어리 하나 하나가 장미 꽃잎되어 떨어집니다 오월이 붉게 번집니다 떠나가는 오월 끝자락에도 장미 향기 같았던 당신 진한 추억이 쓰린 기억으로 낮술에 발그레 취한 듯 휭설수설 주저리주저리 오월, 보내지도 못하고 일어나서 떠나지도 못하는 나는 빈잔에 불콰해집니다 "불콰하다"​는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하다' 라는 우리말입니다.

2024.05.26

칼잠을 잔 상추

칼잠을 잔 상추  무언가 불편하면 칼잠을 잔다.솎아주지 못한 상추밭에는갈치잠을 잔 것 같이길고 뾰족하게 솟아난 것이젊은 날 선임 옆에 서 있는 것 같다. 어딘가 아프면 칼잠을 잔다.빼곡하게 웃자란 상추는새우잠을 잔 것 같이밑둥치는 허옇고 여린 것이병치레 많았던 막내 보는 것 같다. 자리가 부족하면 칼잠을 잔다.뿌리까지 가려진 상추는토끼잠을 잔 것 같이떡잎도 떼지 못한 것이아래채 단칸방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한뎃잠 같은 상추밭에서라도후배 시민들은꽃잠을 잤으면 좋겠다.불편하지도 아프지도 않아서부족한 것도 없을 테니까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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