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단풍 오랜 기다림의 댓가인가 견뎌낸 참음 덕분인가 아름답게 차려입고 무성했던 지난 여름날에 너를 알았던 것이 자랑꺼리 될 줄이야. 구름 한 점도 없는 맑은 하늘 아래에 서면 떠나 보내야 하는 아쉬움으로 홍조띤 네 얼굴 마주 대하면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라서 잠 못 이루는 가을 밤에는 별이된 사랑을 찾아 나섰던 내가 우주까지 기웃거리고 있을 줄이야. 시 2023.11.02
가을 앓이 가을 앓이 무성했던 가로수 나무가 휑하다. 가을빛이 짙어지니 몇 장 남지 않은 마른 이파리가 또 하나 떨어진다. 내 머리숱같이 계절은 너무 예쁘기만 한데 뒹구는 낙엽으로 가슴이 저며오면 주마등 되어 스쳐 지나간 지난 일이 서산 붉은 노을에 걸터앉아서 짧아진 하루 덕에 어둑한 마음으로 메마른 심장을 들쑤시고 있다. 시 2023.11.01
가을 속으로 가을 속으로 알람소리에 무딘 몸을 일으켜 새벽 안개 짙은 길따라 기도의 자리로 주말 아침에 약속한 장소를 향해 추수 한창인 들녁을 지나 단풍 많은 계곡으로 홀로 가만히 여럿이 어울려서 재색 하늘은 에메랄드 빛으로 푸른 이파리는 빨갛게 혹은 노랗게 추수 앞둔 나락논도 머리결 고운 소녀처럼 깊은 계곡 웅덩이 물속까지 비쳐서 절로 터지는 탄성, 환호성 더하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느릿느릿 짙어가는 가을 속 깊은 곳으로 단풍 빛깔따라 계곡 끝까지 어미닭 품속처럼 아늑한 날에 오늘만 같아라, 가을 속으로 시 2023.10.29
단풍놀이 단풍놀이 가을 산이 곱다. 계곡 물에 비친 단풍 단풍 물든 가을 산이 곱다. 산을 찾는 사람들 연신 찍어대는 사진 속 하늘도 산도 계곡도 니가 있어서 고왔다. 네 덕분이다. 단풍 곱게 물든 호박소에 네가 기쁘게 와 주어서 우리 함께라서 더 고왔다. 오늘 하루가 예뻤다. 네 씀씀이만큼 시 2023.10.28
가을 연가 가을 연가 푸르른 하늘 하얀 구름 사이로 발그스레 단풍이 내려올 때면 헤진 이파리 떨구는 바람에 도톰한 계절도 닫을 만큼 날이 차가와지노라면 당신은 잘 지내는지? 내 마음 알고나 있을려나! 짙어가는 가을 밤에 그리움에 젖어가노라면 추위에 약했던 당신 생각으로 맑게 우려낸 허브 찻잔에도 추억만 가득 담았습니다. 시 202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