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6

오늘

오늘 페북에 육년전 오늘 마당 한켠에 널어놓은 김장고추 사진과 내 마음 몇 글자가 장마비 타고 온 겐지 그때와 계절이 다른 것인지 올해 고추밭은 아직 푸르름이 한창인데 빠름만 가속 더하는 세월 속도에 동화되어 버린 것인지 육년전 오늘보다 현실은 천천히 오가는 걸 알다가도 모를 그때 당신 마음처럼 익숙했던 것들도 서먹한 것으로 쌓여만 가고 사실이 기억이 될 그때가 되면 빠른 것인지 늦은 것인지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가물가물 해질까 봐 육년전 페북 옆에 나란히 붙여 놓는다 오늘을 육년후 생각으로

2024.07.10

오월 하순에

오월 하순에 시작은 아득하니 멀어지고 채워 가야할 끝날이 가까와지면 설렘도 쑥스럼도 부끄러움도 지난 봄 담벼락에 옮겨 심었던 가시나무에는 오월이 장미꽃이 불콰하게 피워 냅니다. 노동이 노래가 되고 사랑과 헌신이 진한 그리움으로 남겨진 오월이 달콤한 추억으로 아련한 기억으로 하루하루 분주했던 몸 그리고 마음에 진붉게 맺혔던 응어리 하나 하나가 장미 꽃잎되어 떨어집니다 오월이 붉게 번집니다 떠나가는 오월 끝자락에도 장미 향기 같았던 당신 진한 추억이 쓰린 기억으로 낮술에 발그레 취한 듯 휭설수설 주저리주저리 오월, 보내지도 못하고 일어나서 떠나지도 못하는 나는 빈잔에 불콰해집니다 "불콰하다"​는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하다' 라는 우리말입니다.

2024.05.26

첫눈 오는 날에

첫눈 오는 날에 선생님이 제일 어려운 문제를 주시는 이유가 가장 잘 알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내 인생에 어려운 문제가 많은 것이 이 때문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밤새도록 내가 선잠에 뒤척거린 이유가 어둔 밤내내 기다린 너 때문이라니 마당 한가득 다소곳이 내려와서 평상 위에 신혼방 이부자리처럼 하얗게 반가웠어, 그리고 미안했어 언제 올까 기다렸는데, 왔는지 진짜 몰랐어 많이 원망했겠다. 추웠겠다. 어서 들어와 등 토닥이며 꼬옥 안아 주고 싶어 처음이 힘들지, 이제는 괜찮을꺼야 자주 오면 좋겠어. 너무 한꺼번에 많이는 말고 내가 잘 풀 수 있을 정도로, 종종 답도 알려주면서 그래, 가장 사랑하기 때문이란 것을 알 듯 모를 듯 자꾸 헤갈리지만 네가 오는 날에는 하루종일 기다릴 수 있어 강아지처럼 맨발로도 뛰어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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